[데스크 칼럼] '빵지순례자'의 콧방귀

입력 2022-07-14 17:32   수정 2022-07-15 00:10

‘빵순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다. 어릴 때부터 빵을 좋아하더니만, 어른이 돼서도 주말만 되면 전국의 빵집을 찾아다녔다. 빵집을 성지순례하듯 돌아가며 방문한다는 ‘빵지순례’는 이 친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요즘 친구는 빵지순례를 거의 하지 않는다. 직접 가지 않아도 손가락만 까딱하면 집에서 전국 각지의 빵을 먹을 수 있어서다. 신세계 SSG닷컴에선 대구 근대골목 단팥빵을, 마켓컬리에선 춘천 감자빵을 판다. 이미 유통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다.
온라인 쇼핑 200조원 시대에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규모는 2011년 29조원에서 지난해 187조원으로 10년간 6배 이상 커졌다. 올해는 200조원을 넘을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9.7%에서 올 1분기 28.5%로 뛰었다. 개인 소비의 30%는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에 배달, 여행, 문화 부문이 제외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비중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유통산업이 구조적 전환기를 맞았다고 얘기한다. 과거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 대기업과 골목상권으로 형성됐던 경쟁 구도는 깨졌다. 오히려 지역 골목에 있는 빵집이 대기업 운영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성공 신화를 만드는 시대다. 해외 직구도 유통구조의 변화를 불러오는 요인 중 하나다. 온라인 플랫폼에 통관번호를 한 번만 입력하면 국내에서 쇼핑하듯 해외 직구를 손쉽게 할 수 있다.

해외 직구 규모는 2015년 1조7014억원에서 지난해 5조1140억원으로 3배 불었다. 국내와 해외,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이 급변하는데도 정부 정책은 한참 뒤처져 있다. 산업의 성장을 돕기는커녕 낡은 규제로 발목을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것이 출점 규제다.

2010년 대형마트 출점 제한에 이어 2013년엔 제과점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이 운영하는 매장 수를 전년 대비 2% 이내로만 늘릴 수 있게 막았다. 출점 규제로 경쟁이 활성화한 게 아니라 오히려 1위 SPC 파리바게뜨, 2위 CJ 뚜레쥬르의 순위가 굳어졌다.

올해는 지역 상권 상생 및 활성화 법률이 제정돼 규제가 더해졌다. 스타벅스와 올리브영, 다이소 등이 직영점을 내려면 지역상인 등으로 구성된 단체와의 사전 협의를 통과해야만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문화와 쇼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 사람들이 몰리는 복합쇼핑몰과 관련한 규제 법안이 10건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다.
실효성 없는 출점규제 없애야
윤석열 정부가 마트 휴일 온라인 배송 등 일부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유통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차원에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통을 규제의 대상이 아닌, 육성할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기업, 항공사 등과 공동 프로모션까지 하며 대형 쇼핑몰인 마리나베이샌즈몰과 주변 상권에 해외 관광객을 유치했다. 말레이시아는 세계적 쇼핑 환경을 만들어 지역 관광과 소매업, 전방 제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문화예술관광부 산하에 쇼핑 전담부서를 설립했다.

이젠 ‘랜선 빵지순례자’가 된 친구는 “오프라인 규제가 더는 의미 없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인만 모르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정부는 언제까지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으로 조소의 대상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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